환청(auditory hallucination)
환각 중에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것이 환청입니다. 단순하게는 잘 구별되지 않는 소음들에서 뚜렷한 내용이 있는 특정한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는 것까지 그 내용이 다양합니다. 그 강도 또한 거의 들릴 듯 말 듯하게 약한 경우에서부터 화자가 공황(panic)에 빠지게 될 정도로 심하게 큰 소리가 나는 정도까지 다양합니다. 같은 소리가 반복되어 계속 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여러 가지 소리가 혼합되어 들리기도 합니다.
정신분열병과 환청
의식 상태가 혼탁한 상태(confusion)에 있을 때 환청이 나타나는 경우는 기질성 뇌증후군이 의심되는 경우가 많고 의식이 명료한 상태에서 환청이 들리는 경우는 정신분열병이나 정동장애(affective disorder)인 경우가 많습니다. 망상과 마찬가지로 환청도 환자의 내면이 투사된 것이므로 그의 감정이나 그 밖의 전체적인 심리를 반영합니다.
정신분열병에서는 환청의 내용이 때론 즐거운 내용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불쾌하고 경멸적이고 추잡하거나 또는 비난하는 내용으로 그의 망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나타나는 수가 많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어떻게 하기 위해서 모의를 하는 말소리, 자신을 욕하는 내용의 환청은 피해 내용의 망상과 연관되어 있으며 환청이 명령하는 대로 직접 위험한 행동을 취하기도 하여 예측하지 못했던 자살, 자해, 살인, 파괴 및 폭행 등의 행동을 유발하는 수가 있습니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자신의 죄책감, 허무감과 연관되어서 남들이 자신을 꾸짖든지 얕보고 하는 말소리들이 들리는 경우가 있고, 조증(mania)의 경우 위대한 인물, 조물주 등이 자신과 얘기를 하고자 하는 환청이 들려서 자신도 그렇게 위대한 인물이라는 과대망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후두근육의 움직임과 연관되어 환청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환자가 아동이 소리 안 내고 읽기를 배우는 때처럼 자기가 눈으로 지각하는 말을 음성 이하로 중얼거리는 것을 암시합니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독서할 때 자기가 읽기 전에 남이 읽는 소리가 들려오든가 또는 자기가 읽은 직후에 남이 따라서 읽는 소리가 들려오는 환각을 독서 반향이라고 합니다.
환시(visual hallucination)
환청보다는 적지만 다른 환각보다는 많다. 뇌의 후두엽에 병변이 있는 경우에 나타나며, 가장 단순한 형태는 불빛 불꽃. 빛이 있습니다. 심할 때는 영화의 화면같이 복잡한 경우도 있습니다.
정신분열병이나 정동장애보다는 진전 섬망(delirium tremens), 열성섬망(febrile delirium), cocaine중독 등과 같은 급성기질성 뇌증후관창태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이때는 대개 작은 짐승, 벌레. 무서운 형상의 괴물이 눈에 보여서 환자가 공포상태(fear)에 빠지는 것을 흔히 경험합니다.
뇌의 후두엽 피질(occipital cortes)에 국소적인 병변이 있을 때는 형태가 뚜렷하지 못한 비정형(unformed)의 환시가 주로 나타나고, 측두엽(temporal lobe)이나 두정엽(parietal lobe)의 병변인 경우는 뚜렷한 형태를 갖추고 있는 정형(formed)의 환시로 복잡한 자아면이 나타납니다. 환시가 나타날 때가 환청만 나타날 때보다 환자는 더욱 심한 혼란에 빠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심인성인 환시의 경우는 환청과 마찬가지로 그의 사고장애와 연관이 있는 수가 많습니다.
환취(olfactory hallucination)
대개 기분 나쁜 냄새를 맡는 것으로 측두엽의 구(uncus)에 병변이 있으면 환취가 일어납니다. 정신분열병에서 보는 환취는 무의식적인 죄악감의 투사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대개가 불쾌하고 역하고 고약한 냄새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썩은 냄새, 송장냄새, 구린내 등입니다.
정신분열병에서는 대개 자기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서 남들이 자기를 피한다는 망상을 곁들이는 수가 많습니다. 성과 관련되어 자신의 몸에서 정액냄새, 암내, 썩는 냄새 등이 난다고 지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불쾌한 냄새는 수음행위에 따르는 죄의식과 관계가 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환미(gustatory hallucination. hallucination of taste)
매우 드문 환각의 하나이며 매우 이상한 맛을 느낀다든지 음식에서 독약 맛이 난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는데, 순수한 환미라기보다는 착미(ilusion of taste)인 수가 더욱 많습니다. 흔히 냄새의 환각과 같이 일어나며 기질적인 병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일은 극히 드물며 의심과 같은 감정상태와 관계가 있습니다.
환촉(tactile hallucination)
뜨거운 것, 찬 것이 몸에 닿는다든지, 몸에 전기가 지나간다든지, 가스나 독성물질이 자기 몸에 닿았다든지, 보이지 않는 어떤 물체가 피부에 접촉하고 있다는 등의 환각을 말하는데, 대개는 알코올 중독이나, 진전 섬망, cocaine 중독 등에서 흔히 나타납니다. 정신분열병의 경우에는 교묘한 수단으로 자신이 강간당했다는 등의 성적인 망상과 곁들여서 유방이나 항문주위 또는 치부에 이상감각을 느끼는 수가 있습니다.
운동환각(kinesthetic or psychomotor hallucination)
절단된 사지가 존재하는 것같이 지각되는 환각을 phantom limb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신체지각은 크기가 다르게 느껴지거나 몸이 움직이는 것같이 느껴지는 환각 등을 말합니다. 이런 환각은 갑작스러운 사지의 상실이나 중독상태에서 오는 것이며 신체상에 대한 왜곡은 정신분열증이나 또는 환각제(halucinogen)에 의한 중독상태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가성환각(pseudohallucination)
환각을 경험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인식하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환각과 가성환각은 구별하기가 어려운데 대개는 사망한 가족이나 친척 또는 기타의 사람들이 나타나서 자기의 이름을 부르거나 자기에게 말을 걸어오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흔히 정신분열병 초기에 있는 환자가 환각을 처음 경험할 때 그것이 정신의 병적 상태 때문에 생기는 현상임을 인식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반사환각(reflex hallucination)
한 감각기관을 자극하였을 때 그곳과 거리가 먼 다른 감각기관에서 지각반응을 일으키는 경우를 말하는데, 치아(teeth)에 있는 inferior alveolar nerve를 자극하였을 때 환청이 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소환각(lilliputian or microptic hallucination)
동물이나 사람이 실제보다 아주 작은 모습으로 축소되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합니다. 열병이나 중독과 관련되어 정신장애가 일어날 때 볼 수 있습니다.
입면시 환각(hypnagogic hallucination)
잠이 들려고 하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환각으로 수면과 각성 사이의 상태에서 일어납니다. 정상인에 있어서도 입면시 환각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정신장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입면시 환각은 단순한 환시나 신체운동 환각 및 환청 등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잠이 깨려고 할 때 일어나는 환각을 각성시 환각(hypnopompic hallucination)이라고 하는데 정신장애인이나 건강한 사람 모두에게서 일어날 수 있습니다.